서평

행동하라, 죽는 것 외에는 생채기일 뿐이다

데브테드 2019. 10. 31. 17:58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게 중요하다.'

 

위의 두 문장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듣는 혹은 말하는 문장이다. 그리고 두 문장은 우리로 하여금 '함부로 행동하지 말 것'을 권장한다. 내가 겪은 바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문장을 꽤나 자주 쓴다. 왜냐하면 우리는 '실패한 행동'에 대해 너그럽지 않은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실패한 행동'을 한 사람은 '실패한 사람'이 된다.

 

조급한 행동을 조심하는 문화가 왜 생기게 된 걸까? 그 이유는 우리나라 역사를 조금만 돌이켜보면 알 수 있다. 제조업의 시대에는 주위 동료들과 함께 행동하는 게 정답이었다. 그로 인해 한국은 세계가 놀랄 정도로 뛰어난 경제적 성장을 한 나라가 됐다. 더 과거로 가보면, 일제시대 때 만약 행동이 튀는 사람이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목숨이 위험했을 것이다. 그 이전 조선시대도 마찬가지다. 

 

즉, 행동을 조심하는 것은 우리가 수렵시대에 살던 때부터 권장되던 '현명한' 태도였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더 이상 빠른 행동으로 인해 목숨이나 가정의 밥줄이 끊기는 시대가 아니다. 실패한다면 주변 사람들의 가십거리 정도, 경제적인 손해, 즉 생채기 정도가 생길 뿐이다.

 

오히려 지금의 복잡한 세상에서는 신중하게 행동할 수록 수많은 새로운 변수들 때문에 생각하는 시간만 길어진다. 행동이 빠르던 느리던 실패할 확률이 비슷해져 버렸다. 변수들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 어떻게 일해야 되는지 새로운 방법론이 필요해졌다. 이에 대해 책 '미치지 않고서야'의 저자가 "일단 해보자"라고 말한다.

 

미치지 않고서야
국내도서
저자 : 미노와 고스케 / 구수영역
출판 : 21세기북스(북이십일) 201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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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쯤은 바보같아도 괜찮아

 

한 편집자가 있다. 이 편집자가 작가와 기획해서 출판할 책이 내일 출간될 예정이다. 근데 문제가 발생했다. 작가가 범죄를 저질러서 경찰에 체포돼버렸다.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은 그 순간부터 출판을 접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저자이자 편집자인 미노와 고스케는 편집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건 프로모션입니다!"

 

정말 바보 같은 말 아닌가? 근데 재밌는 건 체포 사건으로 인해 책이 더 화제가 됐고 책도 3만 부 이상이 팔렸다는 것이다.

 

물론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중요한 건 변수가 생겼음에도 그저 할 수 있는 행동을 했다는 데 있다.

만약 결과가 최악이라면 어떨까? 피해가 출판사에까지 영향을 미쳐 직장에서 해고됐으면? 그때는 그냥 다른 직장을 가거나 자체적인 채널을 만드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실패의 결과 죽을 일은 전혀 없었고, 그저 생채기 정도가 남았을 것이다.

 

여기서 도망치면 정말로 모든 것이 끝난다. 나는 용기를 쥐어짜 사장실 문을 열고 말했다. "이건 프로모션입니다!" -p47-

 

행동, 행동, 행동

 

저자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빠르게 행동하자. 행동하면서 또 행동하자. 동시에 여러 가지 행동을 하자. 어찌 됐든 행동하자.

 

제품의 성공과 실패의 측면에서 봤을 때, 이런 빠른 행동은 중요하다. 뛰어난 제품 회사들이 빠른 시도와 수정을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는 게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빠른 행동은 개인적으로 봤을 때 더 중요하다. 시대가 행동이 빠른 인재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런 인재에게 영향력과 부가 따라간다.

 

개발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도 빠른 행동이 권장될까를 생각해보면 이 또한 일리가 있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술이 출시되고, 트렌드가 바뀐다. 하루는 AI, 하루는 블록체인, 하루는 양자 컴퓨팅. 급변하는 환경에서 결국 중요한 건 '문제 해결 능력'과 '학습 능력' 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 해결 능력은 문제를 많이 마주해야 성장하고, 학습 능력은 새로운 것을 계속 학습해야 성장한다. 그렇다면 결국 행동을 빠르게, 다양하게 해야 된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게 있다. 다양하게 활동하고 영역을 넓혀가는 건 약간은 늦춰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행동이 하나 있다. 바로 자신만의 '무기'를 갖추는 행동이다. 따로 수상 경력이나 제품 출시 경험도 없는 신입 개발자가 입사하자마자 회사 주력제품의 주요한 기능을 수정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만약 자신만의 경쟁력이 없다면 행동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한다. 그러므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나만의 '무기'를 갖추는 행동이다.

 

우선 무엇이든 한 분야에서 빼어날 정도로 뛰어나야 한다. 하나의 분야에서 정상이 돼야만 횡적 전개가 가능해진다. -p200-

 


 

책을 읽으며 울림이 있는 문장이 많았다. 솔직히 초반 페이지를 읽으며, "이 사람 왜 이리 헛소리를 많이 하는 거야"라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그래도 일리가 있는 주장과 문장이 많은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주장에 대한 근거가 적은 점은 아쉽다, 그래도 저자의 성공이 근거가 된다)

 

특히 나처럼 생각이 많은 타입의 사람이라면 책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행동하면 틀림없이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행동 안 하는 것보다 실패하더라도 행동하는 게 100배 낫기 때문이다.(100배가 정량적으로 증명된 수치는 아니지만ㅋ)

 

나의 경우 이 5가지를 행동에 옮기기로 했다.

 

1. 한 가지 몰입하기

2. 벌거숭이 되기

3. 내 브랜드 만들기

4. 내 이름으로 돈 벌기

5. (한 분야에 실력자가 된 후) 무조건 수락하기: 해야지, 돼야지 -> 할게, 될게

 

특히 벌거숭이 되기에서 반성을 많이 했는데, 나 자신의 벽이 너무 높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와이프 외에는 영역별로 철저히 나눠서 대화하고, 사적인 생각이나 논란이 될만한 생각은 공유하지 않는 등 벽을 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내가 여태까지 남보기 부끄러운 삶과 생각을 하며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결국 나부터 드러내지 않으면 바뀌지 않고, 드러내지 않으면 나와 마주하는 사람들도 드러내지 않는다.

 

여태까지 살면서 이불 킥할 정도로 후회되는 행동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대단한 상처는 아니더라.

 

드러내고, 깨지고, 성장하자.